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아프리카 전통 민족인 줄루족의 바구니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 등장했다. 전화선을 짜서 만든 바구니의 무늬는 아프리카에 사는 여성들의 장내미생물 분포와 비율, 계보 등을 나타낸 그래프를 본따 그려졌다.
스콧 헤이즐허스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대 시드니 브레너 분자생명과학연구소 교수팀은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장내미생물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구결과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네이처에 공개했다.
장내미생물의 구성이나 비율이 여러 건강 요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대규모 집단 연구는 유전자나 환경, 생활방식과 장내미생물 군집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저소득·중소득 국가에는 전세계 인구의 약 84%가 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장내미생물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장내미생물 연구가 비교적 고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저소득·중소득 국가 사람들을 대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부르키나파소, 가나, 케냐, 남아공에서 총 1801명의 여성을 표본으로 하는 대규모 장내미생물 연구를 진행했다. 1005종의 박테리아 유전체를 확인하고 분석한 결과 각 미생물 종의 변이 과정을 아프리카만의 지리적 특성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연결했다.
또 디소스모박터 웰비오니스(학명 Dysosmobacter welbionis) 등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미생물군에서 HIV 감염 연관성이 새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아프리카 인구의 장내미생물 유전체에 대한 역대 조사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장내미생물과 관련된 과학적 발견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4-08485-8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